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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rcaea/스토리/Act II-I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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=====# 15-6 #===== >소녀는 힘겹게 땅에서 일어서 터널 끝에 보이는 한 점의 빛을 바라보았다. 기이하게도, 빛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나지 않았다. > >그녀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. 고작 몇 분 전에 그녀가 지나왔던 복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두워 보였다. 그 어둠 속에서, 무언가 반짝이는 물체가 있었다. 유리 조각이 발하는 빛일 것이다. > >소녀는 그 두 길 사이에 서서 생각했다. >---- >선택이다. > >선택을 해야만 한다. > >편안한 어둠에 몸을 맡길 것인가, 아니면 두려운 빛을 받아들일 것인가. > >마야는 무릎을 끌어안고 생각했다. > >“대체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야…? 공포를 마주하라는 거야? 아니면… 포기하라는 거야?” > >소녀가 화를 머금고 속삭였다. > >그 질문에 대한 답은, 아주 희미하게 그녀의 귓속에 울려 퍼지는 또 다른 질문이었다. > >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? > >그 답을… >---- >…알고 있다고, 소녀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. > >생각을 그만두고 싶어. >기억을 그만두고 싶어. >사라지고 싶어. >고통받고 싶어. >상처받고 싶어. >행복해지고 싶어. > >사실, 소녀는 여전히 이 답들 중 하나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. >---- >소녀의 기억은 종말의 순간뿐만이 아니었다. 그녀의 삶에서 겪은 모든 것이, 기억으로 남아있었다. > >비록 짧은 삶이었지만 행복한 순간은 수없이도 있었다. 그리고 그 순간 하나하나가, 종말의 고통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. > >그리고 죄책감. 자신의 손으로 모든 것을 부숴버렸다는 그 죄책감이 영원히 그녀를 물들였다. > >“...” > >소녀는 말없이 앞을 바라보았다. >---- >행복해질 기회가 찾아왔지만, 자신에게 그럴 가치가 없을 때. > >심판을 받을 기회가 찾아왔지만, 그를 마주할 용기가 없을 때. > >그런 딜레마 속에서 자신에겐 선택할 권리조차 있어서는 안 된다고 느끼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. > >하지만, 선택할 수밖에 없을 때에는… 미래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하나의 길이 아니라, 두 갈래 길일 때에는… > >어떡해야 하는 걸까? >---- >우둔의 시대는 지났다. 백치가 불러온 모호함과 동정심의 시대는 끝났다. > >소녀들의 눈은 뜨였고, 반쪽 하늘에 드리우던 구름은 사라졌다. > >별들도 빛을 발하고, 보이지 않는 태양의 빛도 수그러들었다. > >마야가 유리 조각의 사슬에 묶여있을 때 바라던 것, 절망의 끝자락에서 영원히 고통에 몸부림치는 미래를, 세계는 거부했다. > >그 대신 세계는 소녀에게 선택할 권리를 주었다. > >…아르케아가 이를 원했기에. >---- >소녀는 다시 일어서 벽을 마주했다. 유리 조각들이 또다시 새카맣게 변해있었다. 그 어떤 기억도 비추고 있지 않았다. 대신, 소녀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. > >그녀는 자신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. 그리고 가슴께에 달린 붉은색 테두리의 꽃잎 장식을 바라보았다… > > >오른쪽과 왼쪽, 두 길이 나 있다. 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휘저었다. > >다시 태어난 느낌이었다. 마치 누군가가 등에 손을 얹고 지켜봐 주는 듯한 감각이었다. > >행복해지고 싶다는 욕망은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며, 슬픔도 마찬가지다. > >마음을 들여다보고, 현실을 들여다보고, 스스로 결정하라. >---- >마야는, 걸어나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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